두터운 독자층을 가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나오는 즉즉 베스트셀러가 되어 서점을 수놓고 있고, 주위의 지인들이 그의 소설을 읽고, 그의 소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마냥 자부하니 그의 작품들이 내뿜고 있는 마력이 실로 대단하긴 한가 봅니다. 그가 이렇게 독자를 사로잡고 있는 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비법(?)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무척이나 강조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짜잔!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이 그것입니다. 물론 그 독특함을 글로 풀어내는 재주 또한 엄청 중요하지만요 하하. 똑같은 세상에서, 똑같은 풍경들을 보면서 사는 것 같은데 저 인간은 왜 이렇게 보이는 게 많을까? 저는 오늘도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가 창조해놓은 세상에 ‘억’ 하면서 빠져듭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시각. 우리 사회는 이것을 ‘창의력‘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창의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선한 콘텐츠들은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세상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우리 사회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고 또 양성하려 노력합니다. 이런 분위기에 창의적 생각을 유도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여러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우리 ’베르나르‘ 형의 상상력을 훔치라는 슬로건을 건 ’상상력 백과사전‘도 당당하게 베스트셀러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이 글의 목적인 <천사들의 제국>을 소개하자면, ‘미카엘 팽송’이라는 작자가 천사가 되어 자신의 '의뢰인'(천사는 각자 세 명의 인간들을 관리하는데 이를 ‘의뢰인’이라 부릅니다)을 관리하고 한편으론 자신을 둘러싼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소설입니다. 참 말이 거창하게 되어버렸는데 간단히 말하면 천사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파피용’처럼 뒤통수 ‘땅’ 때리는 결말이 있는 플롯은 아니지만, 천사들의 제국이라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우리 세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분명 공상에 기초한 소설이지만, 천사이기 이전에 인간의 삶을 살던 여러 주인공들과 의뢰인들의 고뇌, 고민, 호기심, 불만, 사랑 등 지극히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공감 가는 소설입니다.
천국은 어떻게 생겼을까? 죽는 순간은 어떨까? 신은 과연 존재할까? 전생이란 있는 걸까?
작가가 자신의 신념을 소설 속에 녹여내는 사람이라면, ‘자크 넴로드’ 라는 인물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자화상인 것도 같습니다. ‘자크’는 ‘미카엘 팽송’의 의뢰인 중 한명으로서 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희열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글’을 쓰기위해 집까지 뛰쳐나온 위인이니 글쓰기에 대한 사랑이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세상 물정 모르고 공상 소설이나 쓰는 그를 한심하게 바라봅니다. 또 대중들이 좋아하는 사랑, 성공 등의 이야기가 아닌 ‘쥐’나 ‘뇌’ 따위의 소재로 소설을 쓰다 보니 그의 책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습니다. ‘자크’는 이런 분위기에 낙담해 한때 글쓰기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베르나르’도 아마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요? 공상소설의 작가가 되고 싶은 그의 입장에서 이게 과연 세상에 필요할까?, 잘 팔릴까? 등의 고민은 분명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가도 결국에는 책을 팔고 돈을 벌어야 또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대중에게 팔리지도 않는 책을 쓴다는 것은 인지도 없는 그에게는 대단한 정력 낭비일 수 있었습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했겠죠.
하지만 ‘자크’가 88세 까지 소설을 써 인생을 회고하듯, ’베르나르‘도 현재 소설가로서 왕성하게 소설을 집필 중입니다. 20대의 ’자크‘의 고민과는 반대로 전 세계의 독자를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고민‘에 주눅들지 않고 집필을 계속 함으로써 지금의 결과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투적이지만 정말로 중요한 자세가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20대의 ’자크‘가 ’베르나르‘의 초창기 모습이라면, 88세의 ’자크‘는 그만큼 성숙한 현 ’베르나르‘의 모습일 것입니다. 아마 ’베르나르‘가 진짜 88세가 된다면 그의 또다른 캐릭터가 그의 새로운 신념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의 신념이 바뀐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자크’는 소설 속에서 ‘쥐’라는 소설을 출간합니다. ‘쥐’가 무리지어 있을 때 '착취자'와 '피착취자', '독립자'의 관계로 나뉘는 속성을 이용한 소설이죠. 이런 속성이 마냥 쥐의 속성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해당된다는 것이 ‘자크’가 이 글을 쓴 핵심입니다.
무리가 생기면 인간이던 쥐던 간에 위계질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착취자'가 '피착취자'를 지배하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하 관계를 벗어나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독립자’도 존재합니다. 그들은 관계에서 자율적이며 자신이 추구하는 일을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들이죠. 소설 속 ‘자크’는 ‘독립자’로 살길 원합니다. 그리고 목표대로 평생을 글을 쓰며 살던 ‘자크’는 후에(88세 때) 작가로서의 사명을 완수했음에 만족하죠.
‘자크’가 베르나르의 자화상이라면 이 또한 '베르나르'가 추구하는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속하길 원치 않으며 글로서 세상과 소통할 뿐이죠. 그의 창작은 독자들과 그의 관계처럼 수평적이며, 세상을 참으로 풍요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소설 속 그의 표현을 인용한다면 그가 세상에 끼치고 있는 영향은 아마 0.001%정도 되지 않을까요? 그의 자화상 ‘자크'가 0.000016% 임을 감안하면 정말 후하게 쳐 준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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