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와 함께 강남에 있는 한 카페에 갔다. 무슨 카페에 간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느냐고?? 물론 카페는 카페지만, 그냥 카페가 아니다. 우리가 간 곳은 바로 외국인들과 ‘토킹’을 할 수 있는 카페다. 카페 측의 표현을 빌리자면 언어 교환 카페. 매주 일요일 3시부터 6시를 개방해 만든 일종의 이벤트인데, 여기서 우리는 참가비 만 원을 내고 (물론 음료 한잔도 마실 수 있고) 외국인들과 프리토킹을 할 수 있다. 룰은 간단하다. 그냥 아무한테나 가서 말 걸고 대화하면 된다. 전혀 부담가질 필요 없다. 아니 사실은 부담된다.
나와 친구도 두 명이 함께 온 외국인에게 갔다. 자연스럽게 한 명씩 잡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근데 참, 이 영어를 2년 만에 다시 쓰려니까[핑계긴 하지만 군대를 갔다 왔기 때문에 ^-^] 기억이 안 나더라. 내 혀와 머리가 기본적인 단어, 기본적인 문법체계를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면서 입은 가만히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아이 캔트 스픽 잉글리쉬 베리 웰, 플리스 언더스탠드 미 하하” 이 말 만 되풀이했다. 완전 굴욕. 내 대화상대는 좌절하지 말라면서 나를 위로했지만, 내심 지루해하는 게 보였다. 하긴 그럴 것도 자기도 만원 내고 들어왔는데, 남자랑 그것도 대화조차도 안 되는 인간이랑 있자니 솔직히 짜증이 났을 거다. 사이사이 찾아오는 침묵의 순간엔 정말 뛰쳐나가고 싶었다. 여기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미안합니다. ‘빅터’. 돈 내줄 것도 아니면서 당신을 너무 오래 잡고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일본인 아저씨 두 분도 만났다. 한 분은 무역을, 한 분은 컨설팅을 하시는 분이셨다[외모가 ‘성룡’을 닮았다. 민망하게도 먼저 말씀하시더라.]. 그 두 분은 일본어는 당연하고 영어도 아주(!) 능통하셨다. 말씀을 들어보니 세계 이쪽 저쪽을 많이 돌아다니셨다. 이 카페에는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셨다면서 연습장을 보여주셨는데, 연습장이 한국어로 빼곡했다. 서툴지만 손 글씨로 꾹꾹 눌러쓰신 게 여간 연습하신 게 아니었다. 두 분을 보니 참,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
아까 등장했던 ‘빅터’라는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여기 이 카페, 정말 글로벌 네트워크네요.” 이러면서 덧붙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외국인이지만, 이 인연을 잘 이어가면 언제 도움을 받을지 모르겠어요.” [이 말은 알아들었다!] 참 맞는 말이다. 사람은 언제,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사실 인맥이라 하면 우리는 대한민국 내에서 한정 짓기 쉬운데, 그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고, 국가 간의 교류, 그 교집합의 음영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텐데, 그러면 외국인들을 만날 일도 굉장히 많아 질 테고, 그러면 그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을 텐데, 근데 너 영어는 할 줄 아니? …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내가 글로벌해지기 위해서 ‘영어’는, 콕 집어 말하면 ‘회화’는 필수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목적이 거시기 하지만] 자신이 외국 놀러 갔을 때 숙박시켜줄 수 있고,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외국인 친구를 한 명 만들어놔야겠다고 펜팔을 하고 있다. 그 친구를 여기나 데리고 갈까 싶다. ‘소셜’보다는 ‘현실’이 더 빠르고 가능성 있지 않을까? 뭐, 와서 그 얘기를 할 수 있을지나 모르겠지만. 여러분도 이 비밀의 카페에서 영어공부도 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도 형성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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