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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경복궁을 갔건만...

  723일 드디어 경복궁에 갔다. 23년 동안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봐왔던 그 경복궁을 말이다.

 

 

  역사 유적지 방문이 두 번째이지만, 역시 느낄 수 있는 바가 거의 없었다. 그저 풍경에 감탄해 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어떤 장소를 방문할 때는 그래서 사전지식이 필요한가 보다. 사전지식이 없다면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은 그저 그런 눈요기로 끝날 뿐이니까. 이색적인 풍경, 그것 외에는 잘 꾸며진 집 앞 공원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저 좋았다. 바람은 유쾌했고 혼자 걸으며 생각정리를 할 수 있었다. 사람구경은 덤이었다. , 요즘에는 이거면 족하다. 부대가 나를 참 소박하게 만들었다.

  

 

  이날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일본어, 중국어, 영어를 통역하는 소리가 들렸다. 콕 집어 말하자면 일본인은 알겠지? 여기서 그대들과 우리가 참 많은 일을 겪었다는 것을. 그래도 지금은 그런 거 다 무시한 채 관광객으로 하나 되는 우리다. 그대들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으로, 나는 우리 조상의 흔적을 찾아온 한국인으로. 시간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교태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교태전은 왕비가 거처하던 곳인데 어느 블로그에서는 그녀들의 삶을 감옥 같은 궁 살이라고 표현하더라. 아니나 다를까 교태전은 궁궐의 내밀한 곳에 몇 겹의 담으로 둘러 쌓여있었다. , 그녀들의 삶에 공감해본다. 분명 엄청난 자리이긴 하지만 아마 더럽게 답답했을 테다. 꽃다운 나이에 불려 와 임금 하나만을 기다리며 늙어갔을 기분이란. 이분들 생각하니 역시 군대는 신선놀음이다.

  

 

  생각보다 넓었고, 볼거리도 꽤 많았다. 입구 쪽은 외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시끄러웠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인적이 드물어져 처마 밑에 앉아 조용히 생각에 빠질 수 있었다. , 사색이 아니라 잡다한 생각. 그나저나 최근에 경복궁 옆 현대박물관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었다고 들었다. 내가 다녀온 곳이라 기분 좋은 소식이길 바랐건만 인명피해까지 났다니 씁쓸하다. 아무쪼록 부상당하신 분들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