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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모든 것을 취미로.

 

 

  요즘 소위 말하는 멘붕이 왔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고, 밥해 먹기 싫고, 누구 보면 쥐어박고 싶고[슬프게도 우리 집 강아지가 희생양이 되었다], 답답해 미칠 것 같은 그런 상태. 허나 사실 살면서 이런 멘붕이 한두 번 있는 것은 또 아니어서 내 나름의 처방이 있기는 하다. 나는 이렇게 멘붕이 왔을 때 조용히 일기를 써본다. 일종의 치유하는, ‘힐링글쓰기인 셈이다.

 

 

  왜 나는 갑작스레 멘붕이 왔을까? 그건 내가 하는 모든 일에서 어떤 가시적인 성과, 남들이 우러를 수 있는 큰 성과를 바랐기 때문이다. 현실은 시궁창이면서 이상만 높아 발생하는 괴리, 거리감이라고 하면 맞겠다. ‘독서’, 이걸로 자꾸 단기적인,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했다. 독서의 세계는 그리도 깊고 오묘한 것인데. ‘글쓰기’, 이걸로 자꾸 스펙화할 수 있는 어떤 보상을 얻으려고 했다. 잘 쓰지도 못하면서 까불기는. ‘단편영화’, 이걸로 자꾸 수상이라는 보상을 얻으려고 했다. 누구 말마따나 장밋빛 환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으로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과욕 때문에, 결국 멘붕이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이렇게 성과주의에 절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과열된 내 머리라는 엔진에 처방한 새로운 엔진오일은? 속 편하게 독서, 글쓰기, 단편영화를 특기가 아닌 취미로 삼아 버리는 것이다. 특기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내재하여 있지만, 취미는 그럴 필요 없이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합리화의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는 생각이지만, 그래도 마음은 한결 편하다. 요즘 나는 단어 한끝, 생각 한끝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

 

 

ps. 그나저나 우리의 창작집단 크레파스의 근황을 말하자면, 시나리오의 가본과 배우섭외가 끝나 토요일 미팅을 앞두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니! 오메, 설레는 겨~

 

 

 

사진출처: http://sketchpan.com/?ksw109=439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