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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인왕산 성곽길을 다녀오다 - 내가 혼자 오버 떠는 이유!

  블로그에 너무 감상만 올라오면 재미가 없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글을 올리는 사람이 도대체 누군지 알 길이 없으니 무슨 기계와 대화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많은 블로거는 일상투척이란 걸 한다. 내가 누구인지 조금 알려주는 것이다! 여튼 나도 오늘 일상투척이란 걸 해보련다. 내가 올리는 감상문이 기계가 자동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서!!  :-)

 

  서울 성곽길 중 하나인 인왕산 코스에 갔다. 수원 화성에 이은 두 번째 나홀로 여행이다.

 

 

경복궁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창의문 방면으로 가면 인왕산 코스를 만날 수 있다.


 

복장도 갖추지 않은 채 올라갔기에 더 힘들었던 산행이었다. 타이트한 청바지 때문에 땀은 고이고, 신발은 등산화가 아니기에 경사진 곳에서 엄청 미끄러졌다.



 

내 블로그 필명이 강맥주씨듯 나는 맥주를 엄청 사랑하는데, 과연 인왕산 정상에서도 맥주 한 캔을 사서 목을 축였다. 음주 산행인 셈이다.

 



나홀로 여행이라. 매번 가야지가야지 마음만 먹고 가지는 않았었다. 왜냐? 혼자서 도대체 무얼 하냐는 생각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비슷했다. 그 예로 아침에 내 동기가 이런 소리를 하더라. "혼자 등산하는 건 진심 '오버'. 혼자서 뭘 해 도대체."


 





 

여튼 나는 그 오버라는 행위를 결국 했다. 목표와 현실 사이를 내 순수 의지(!)로 극복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이 오버라는 나홀로 여행을 도대체 왜 하려고 하는 걸까? 그것도 아주 온갖 주접 다 떨면서 말이다.

 

 

  철학자 강신주씨의 책,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철학자의 생각을 일상적인 이야기로 쉽게 풀어주는 책이기에 인상 깊었다. 이 책에서 강신주씨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생각을 소개한다. 바로 인간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였다.

 



 

하이데거가 말하길 인간의 생각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단다. 즉 신선한 자극을 받았을 때 또는 어떤 낯선 것을 만났을 때 생각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것들에서는 생각이 발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새로운 환경이란 무엇일까? 아주 이색적인 것, 독특한 것일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도 우리는 새로운 환경을 접할 수 있다. 즉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노래를 듣고, 다양한 그림을 보고, 다양한 곳을 여행하면 된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낯선 곳에 나를 던짐으로써 얻은 생각을 블로그 글쓰기에 활용하려 한다. 나의 블로그를 방문해주는 몇 안 되는 구독자에게[허나 무지하게 감사한 그들에게] 좀 더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장기적으로는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남들 보다 더 많이 읽고, 듣고, 보고, 쓰고, 경험하면 언젠가는 빛을 발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오늘도 스스로 낙관해본다.

 

 

  ‘오버 떤다’, ‘외롭구나’, ‘쪽 팔린다라는 소리를 들어도 좋다. 그렇게 오버떨면서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재미가 쏠쏠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