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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하늘공원에 다녀왔습니다.

  10월의 어느 일요일. 그렇게도 가보고 싶던 하늘공원을 갔다. 나름 조용하리라 생각하고 갔는데 웬걸. 사람이 이리 많을 줄이야. 일요일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늘공원’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많이 알려진 장소였다. 역시 난 수원 촌놈. 조용히 생각하러 갔는데 사람 피하기 바빴다.




  주말이라 가족은 물론 커플이 정말 많았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왕산부터 서대문 형무소, 경복궁, 남산, 수원 화성, 창덕궁 등 나름 혼자 많이 돌아다녔는데 이번에는 솔직히 쪽팔렸다. 시선을 도대체 어디 둘지 민망해 괜히 노래 들으면서 갓길로 돌아다녔다. 카메라라도 있었으면 프로페셔널하게라도 보이지 무슨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찍으려니 더 민망했다. 그럼에도 이왕 간 거 염치 불구하고 몇 장 찍긴 했다.




  역시 가을인가? 청명한 하늘, 흰 억새 그리고 바람이란 삼박자가 척척 맞아 풍광은 정말 아름다웠다. 빛 받은 억새가 바람에 빤짝이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인왕산에서, 남산에서, 남한산성에서 그리고 이번 하늘공원에서 서울을 내려다봤는데, 역시 서울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이 물 위에 부서져 빤짝이는 그 풍경이란. 나는 나중에 서울에서 살 테다.




  어떤 책에서 본 것 같다. 그 책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이 여행을 가면 기록을 남기려 사진을 찍는데, 그 사진촬영에 정신이 팔려 정작 풍광은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다. 과연 내 여행도 그랬던 적이 많았다. 괜히 사진을(동영상을) 아름답게 남기려고[나의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찍는 경우가 많았다.] 뷰파인더, 액정만 냅다 바라보다 정작 그 운치는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생기더라. 그럴 경우 내가 뭘 봤지? 회의하게 된다. 갔다 왔어도 갔다 온 것 같지 않고, 찍어온 사진들을 아무리 봐봐야 그 첫 느낌이 떠오르리 만무하다. 왜? 눈은(눈을 포함한 오감은) 그 어떤 카메라보다도 생생하고 똑똑하니까. 그래서 요즘은 아무리 풍광이 아름다워 사진으로 남기고 싶더라도 눈으로 충분히 감상한 후에야 사진기를 든다. 사진을 찍기 전 그 놓치기 싫은 하나하나의 풍경을 머리에, 가슴에 꾹 인식시켜버리는 사전작업을 하는 거다. 그럴 때 좋은 점? 내가 찍어온 사진을 볼 때 그제 서야 그때의 감동과 추억이 떠오르니까. 뭐 나는 그렇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