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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감상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책은 도끼다를 통해 알게 되었다책 속의 책이라고요즘에는 굳이 뭘 읽어야 할까 찾을 필요 없이책 속에서 다음 책을 찾는다연쇄작용처럼 생각의 꼬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밀란 쿤데라는 이 책에서 기존 소설들하고는 다른 시도를 한다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서술일인칭이면서 전지적인 이상한 시점을 시도한다시간은 주인공들 각각의 시점에 따라 다 다르게 흘러가고소설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 하나하나의 캐릭터들을 전지적으로 서술하는 뭐 이런 식이다그래서 첫 장에서는 조금 당황하기도 했었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읽다가 어떤 표현에 공감이 갔다. ‘인문학을 이해하는 한계점이라는 말인데개인의 능력에 따라 이 한계점이 다 다르다는 뜻이다물론 나의 한계점은 엄청 낮은 탓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한심할 정도로 이해할 수 없었다참 내가 못나 보였다그래도 못난 맛에 산다고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상은 꼭 적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적지 않으면 내가 느낀 실오라기만큼의 깨달음조차도 휘휘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무얼 뜻할까나는 여기서 두 가지의 가벼움을 느꼈다.하나는 인간 자체의 가벼움이고 다른 하나는 인생이란 무게의 가벼움이다근데 인생이란 무게의 가벼움이란 주제에서 오류가 생겼다어떤 딜레마라고나 할까내 인문학 이해 능력이 여기서 무참히 드러났다에휴미천한 글을 읽은 분들이 친절하게 해설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서 사랑을 하고그게 깊어지면 섹스를 하고애를 낳는다우리 사회는 이런 과정을결혼이라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인정해준다결혼이란 게 참으로 행복한 결실이지만(나도 물론 그렇게 믿고 있고이 때 부터는 책임이라는 것도 뒤따른다결혼 이후의 모든 것예를 들자면 양육교육이혼 등의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법적으로도 구속을 받게 된다개인에 따라서는 이런 무게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간에 결혼을 한 이상 그 뒤의 책임은 감당해야하니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이런 무게가 부담스러워 자신의 존재를 가볍게 하는 두 명의 캐릭터가 있다토마시와 사비나라는 인물이다.

 

 

토마시는 바람둥이다친구들이 여자를 얼마나 만나봤냐고 물어봤을 때 25년 동안 200명 정도 만났다고 말한다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다. ‘따지고 보면 1년에 8명 정도 밖에 못 만 났어’. 토마시는 예전에 첫 번째 부인이 있었다그 부인하고는 아이도 있었다그런데 의견이 맞지 않아 이혼하게 되었고아이는 내버려둔 채 자신은 떠나버린다그는 이런 책임감을 벗어던진 것을 굉장히 후련해한다이혼을 결정하는 데에는 잠시의 망설임도 필요 없었고부모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한다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사는 인물이다.

 

 

사비나도 토마시 못지않은 바람둥이다배신의 아이콘으로 생각하면 쉽겠다배신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 남다르다그녀의 아버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은 배신이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것이라고 말하는 데에 비해 그녀는 배신이란 줄 바깥으로 나가는 것그래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그녀의 배신은 청교도적인 아버지, 공산주의의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에 대한 반발심으로 생긴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것, 공산주의의 상징들에 질색한다. 그녀는 어디에도 메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 무언가가 자신을 억압하려 들면 그녀는 그저 그것을 떠나버린다. 그녀는 프라하를 떠나고 제네바를 떠나서 미국으로 배신의 여정을 이어간다.   

 

 

토마시와 사비나의 삶분명 거부감 드는 삶이기도 하지만 매력적이기도 하다우리는 사랑을 하면서도 다른 사랑을 갈구하고결혼을 했음에도 아름다운 여성을[남성을보면 아쉬움을 느낀다우리는 어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고[책임 따위의 것들], 그걸 내려놓지는 못하지만 금지의 영역인 가벼운 삶을 꿈꾼다는 것이다이렇게 보면 토마시와 사비나는 그저 무거운 짐을 과감히 던져 버린 것뿐이다현대인은 사회가 부여한[세상이 요구하는무거움에 눌려 가벼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혹 그런 가벼움을 느끼더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며 죄책감을 느낀다분명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임에도 그 욕구를 거부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런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가벼운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그저 사회역사만 말없이 개인에게 모질뿐이다.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테레자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17pg)

 


  토마시는 항상 독일 속담을 생각한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이라는 게 한 번의 선택의 연속이다두 가지 길이 있더라도 한 가지 길밖에는 선택할 수 없으며그걸 되돌릴 수도 없다그게 인생이다그래서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이용해서 이렇게 말한다한 번은 중요치 않다(한 번의 선택에 결정되는 우리의 인생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한 번 뿐인 우리의 인생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한 번만 사는 우리의 인생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어떤 선택을 통해 결정된 수억만 개의 인생들은그 인생이 찬란하던 잔혹하던 간에 중요하지 않게 된다. ‘좋다’, ‘나쁘다의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내가 어떻게 살던남이 어떻게 살던 왈가왈부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한번 뿐인 인생독립한 나의 인생이런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면 되는 거다내 선택에 강한(!) 존중을확신을 불어 넣어주면 그만인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이런 점에서 역사를 가볍다고 말한다우리 인생처럼 역사도 한 번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니까.

 


  그런데 의문점이 생긴다역사란 한 번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그래서 역사의 주체의 선택이 좋다’, ‘나쁘다’ 의 판단 기준이 되지 않는다면 나치의 홀로코스트나 살인자의 인생은 어떻게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가사람을 죽인 그들 행위가 비난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옹호해주고 있는 셈인가나치의 홀로코스트 행위나 어느 살인자의 살인 행위도 체험의 치명적 부재라는 명목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책의 첫 장으로 돌아가 본다. ‘밀란 쿤데라는 한 번 뿐인 역사전혀 없었던 것과 같은 역사를 인정하는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고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된다고 말한다이런 세계에서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행위도 지금은 지나간덧없는 사건으로 비난을 할 수가 없게 된다도덕적 판단이 서지 않는다딜레마다아니 나의 인문학 이해 한계점을 탓해야지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