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감상2012.06.26 13:04


 


 

  박웅현’ 씨의 책은 도끼다를 읽을 때였습니다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소개해주고 있었는데요참으로 눈에 띄는 구절이 하나 있었습니다한 사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여자의 음모로 베개를 만들고 다닐 정도로 농탕한 사내’ 라고 소개되어 있었습니다고놈 참웃기게도 그 구절 하나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게 되었습니다. ‘어떤 작자이기에?!’, 이 궁금증 하나를 가지고 말이죠저의 이 괴기스러운 책 선택 과정만큼 소설 속 와 조르바의 만남도 괴기스럽습니다.

 

 

 

여행하시오?”

크레타로 가는 길입니다. 왜 묻습니까?”

날 데려가시겠소?”

왜요? 무슨 일을 할 수 있어서요?”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건가요? 가령,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 됩니까? , 날 데려가쇼. 요리사라고나 할까요. 당신이 들어 보지도 못한 수프, 생각해 보지도 못한 수프를 만들 줄 압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공갈 비슷한 태도와 격렬한 말투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17pg)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다짜고짜 들어와서 여행을 같이 가자고 합니다우리가 이 상황에 놓였다면 한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질문들예를 들어 왜 내가 이 사람과 같이 여행을 해야 하는가?’, ‘이 사람과 같이 가도 괜찮을 것인가?’ 따위의 질문들을 그 사람은 답답해하며 눈 질끈 감고 그냥 결정해버리라고 합니다참 어이가 없습니다하여튼 주인공은 이 첫 대면이 나쁘지 않은 듯합니다그렇게 그 둘은 크레타를 가서 같이 갈탄광 사업을 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여러분들도 이제는 이 조르바라는 사람이 조금은 궁금해지셨을 겁니다음탕하기도 하고 부끄럼도 없는 것 같은 이 철면피의 사내 조르바란 도대체 누구인가앞의 내용만 보면 대한민국 정서상(?)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책 속의 조르바에게는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위대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에게 울림을 준 4명의 인물 중에 조르바를 꼽았을 정도이니까요(소설 속 알렉시스 조르바는 실존인물인 기오르고스 조르바를 모델로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조르바의 말에 감명을 받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이를 소개하기 위한 리뷰를 쓰기 위해 조르바를 뭔가 한 단어로 압축하려고 노력도 해봤지만정말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습니다구지 한 단어를 고른다면 조르바가 소설 속에서 외친 인간은 자유라는 거지!‘의 자유‘ 정도로 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 단어조차도 조르바를 나타내기에는 너무 포괄적이고추상적인 것 같습니다위대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를 문학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는 사나이였다.’

(그리스인 조르바 22pg)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는 사나이, 자유 그 자체인 사나이 조르바! 그의 입담을 몇몇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를 통해 듣는 것보다는 그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조르바를 이해하는 데에는 훨씬 더 나을 듯합니다.

 

 

 

“내가 산투르를 칠 때는 당신이 말을 걸어도 좋습니다만, 내게 들리지는 않아요. 들린다고 해도 대답을 못해요. 해봐야 소용없어요. 안되니까.”

그 이유가 무엇이지요, 조르바?”

이런, 모르시는군.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바로 그게 정열이라는 것이지요.

(그리스인 조르바 21pg)

 

 

“내 말 듣고 있소? 마음 내키면 말이오. 당신이 바라는 만큼 일해 주겠소. 거기 가면 나는 당신 사람이니까. 하지만 산투르 말인데, 그건 달라요. 산투르는 짐승이오. 짐승에겐 자유가 있어야 해요. 그러나 처음부터 분명히 말해 놓겠는데, 마음이 내켜야 해요. 분명히 해둡시다. 나한테 윽박지르면 그때는 끝장이에요.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그리스인 조르바 24pg)

 

 

“우리 현명한 솔로몬이여, 죄 많은 백면서생이여! 세상 잡사 꼬치꼬치 따지지 맙시다! 예수님이 태어났어요, 안 났어요? 물론 태어나셨지. 그런데 왜 멍청하게 앉아 있어요?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 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그리스인 조르바 173pg)

 

 

아마 잣대를 들이대면 하지 못할(하지만 해야 하는!) 무수한 일들이 있을 겁니다조르바는 이왕 할꺼 뭘 그렇게 묻고 따지고 그러느냐는 것입니다책을 읽다 보면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들어 상대방을 녹다운 시키는 '조르바'의 말들이 많은데요굉장한 설득력을 갖습니다우화가 갖는 설득의 힘이 아마 이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직접적인 말보다는 훨씬 더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기도 하고요.         

 

  

  그의 말에서도 많은 감동을 받지만우리는 조르바의 시선‘, 세상을 바라보는 조르바의 눈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제가 포스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제가 조르바의 눈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아마 이만큼 창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아이템 이름(?) 같기도 한 조르바의 눈을 한번 감상해보세요. 

 

 

우리에게 버릇 들게 된 것들, 예사로 보아 넘기는 사실들도 조르바 앞에서는 무서운 수수께끼로 떠오른다. 지나가는 여자를 봐도 그는 말을 멈추고 큰일이나 난 듯이 말한다.

대체 저 신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는 묻고 또 묻는다. ‘여자란 무엇인가요? 왜 이렇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지요? 말해보시오, 나는 저 여자란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있는 거요.’

그는 남자나, 꽃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두목 이 빨간 물이 대체 뭐요? 말해 봐요. 늙은 가지에 새 가지가 뻗으면 처음엔 아무것도 없지요. 그리고 거기 처음에 달리는 건 쓰디쓴 열매뿐이지요. 시간이 지나고 태양이 열매를 익히면 마침내 꿀처럼 달콤한 물건이 되지요. 이게 포도라고 하는 겁니다. 이 포도를 짓이겨, 우리가 술고래 성 요한의 날 열어보면, ! 포도주가 되어 있지 뭡니까.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빨간 물을 마시면, , 보라, 간덩이가 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하느님께 시비를 겁니다. 두목, 말해봐요. 대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태초의 신선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지겨운 일상사가 우리가 하느님의 손길을 떠나던 최초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었다. , 여자, , 빵이 신비스러운 원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태초의 회오리바람이 다시 한 번 대기를 휘젓는 것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77pg )

 

 

사면을 내려가면서 조르바가 돌멩이를 걷어차자 돌멩이는 아래로 굴러 내려갔다. 조르바는 그런 놀라운 광경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걸음을 멈추고 돌멩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나를 돌아다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에서 가벼운 놀라움을 읽을 수 있었다. “두목, 봤어요?”, “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놀랍고도 기뻤다.(아무렴. 무른 위대한 환상가와 위대한 시인은 사물을 이런 식으로 보지 않던가! 매사를 처음 대하는 것처럼! 매일 아침 그들은 눈앞에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본다. 아니, 보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태초에 이 땅에 나타났던 사람들의 경우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는 진하고 강력한 환상이었다. 별은 그의 머리 위를 미끄러져 갔고 바다는 그의 관자놀이에서 부서졌다. 그는 이성의 방해를 받지 않고 흙과 물과 동물과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

 

(그리스인 조르바 198pg )

 

 

 

태초의 인간갓난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조르바'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모든 것이 새로우니 세상도 즐거울 수밖에요태초의 인간이 돌생물 따위의 것들을 보고 공포와 한편으론 호기심을 느꼈듯이, (그만큼은 아니더라도우리도 의식적으로 놓치고 있던 것들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한다면 보이지 않았던 의외의 것들이 조금씩 말을 걸 것입니다잃어버렸던 태초의 원시적인 감정을 그렇게 조금씩 회복해 나갈 것입니다세상은 즐겁고 보이는 것은 많으니 그런 최적의 조건 속에서 창의력이란 식물은 무럭무럭 자라지 않겠습니까?

 

 

  창의력몇 번을 포스팅 해봤지만 항상 답은 하나로 수렴되는 것 같습니다. [즐거움] 어쨌든 간에 내가 느끼는 세상이 즐거워야 하는 겁니다세상이 비누냄새 풀풀 나도록 싱그러워 보여야 되는 겁니다. [관찰] 그런 세상을 넋 놓고 바라볼 때 창의력은 제게 노크를 하고 들어올 테구요.

 

 

  참 많은 인용이 들어갔고저 조차도 횡설수설한 포스팅이었습니다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소개하고 싶은 말도 많고 할 말도 많은 포스팅이었습니다여러분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이 책을 한번 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음식도 나눠 먹으면 맛있다고 좋은 책도 같이 읽으면 좋잖아요하하.    

Posted by 강맥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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