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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남이 봐주지 않으면 나라도 나를 알려야지.

 

창작자들의 현실 또는 보이는 현실

 

  오늘 이런 글을 봤다. [시나리오를 직접 써봤던 사람의 입장에서 쓴 글인데] 그 글에서는 시나리오를 쓰거나 영화를 만드는 건, 그래서 성공하는 건 거의 천재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쓰여 있었다. 대부분의 그렇고 그런 시나리오 작가들은 영화를 쓰다가 입봉의 기회도 없이 포기하고 전업한단다. 너무 우울한 글이었다. 시작부터 이런 글을 접하다니.

물론 창작이라는 게 천재만의 전유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아예 막막한 분야이기도 하고 주위만 봐도 창작을 업으로 해 성공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영화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는 확률이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 영화화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망하는 현실 또한 창작을 일반인이 넘을 수 없는 벽, ‘넘사벽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 또한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먹고 살 걱정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보상이 적은 창작의 기간이 길어지면 난감하긴 할 것 같다. 나이는 먹어 가는데 이룬 게 거의 없다면 그때의 절박감이란.

 

나의 경우

 

  최근에 단편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5분 정도의 영상을 만들 생각인데, 막막하기에 나름대로 공부하면서 하는 중이다. 지금은 친구들을 꼬시고 있고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아직은 군대를 막 다녀와서이기도 하고 [영화계의 현실 이런 거 전혀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어서 하는 중인지라 과정이 상당히 즐겁다. 최종목표는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내 단편영화제에 출전시키는 건데, 내가 만든 영상이 영화제에서 방영되는 생각만 하면 벌써 가슴이 설렌다.

 

  영상의 길로 가고 싶은지라 현실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원래의 꿈은 지상파 방송국 피디였다. 그 때문에 과도 신문방송학과로 갔다. 허나 여러분도 알듯이 지상파 방송국 피디가 되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일 년에 몇 번 없는 공채, 1대 몇천을 육박하는 경쟁률. 과연 운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진중한 고민이 따랐다. 지상파 피디가 되지 않아도 영상의 길로 갈 거니 지원아? 여기에 대한 대답? 지금은 YES.

그래서 다른 길도 알아봤다. [물론 최종 목표야 지상파 피디이기는 하지만] 케이블 방송국도 있고, 외주 프로덕션도 있단다. 허나 말이 쉽지 뭐하나 쉬운 길은 아니다. 물론 내 눈높이(기대)도 낮춰야 한다. 지상파에 비해 시청률이 낮은 건 당연하고, 제작비도 적기에 흔히 지상파에서 보는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기에는 턱도 없다. 지상파 피디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의 월급과 지위가 안정되어 있음에 반해 후자의 방법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이 계약직이고 능력이 없으면 바로 내쳐지는 냉혹한 세계다. 지금은 그저 냉혹한 세계에서 열심히 버티어 아니 즐기면서 경력을 쌓고 좀 더 메이저의 세계로 나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방송국 피디만이 내 유일한 목표는 아니다. 예전에는 피디만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군대에서 내 나름의 진중한 고민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방송국 피디 포함 창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편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 든 것도 창작에 있어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들고 혹 내가 여기서 재능을 찾아 계속 나아가게 된다면 앞으로 진로가 또 바뀔 수도 있겠지 싶다.

 

남이 봐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알려야지

 

  요즘 김민식 피디님의 저서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읽는 중이다. 그 외에도 미래 예측서 <유엔미래보고서 2025>를 보고 있는데, 두 책에서 공통으로 말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앞으로의 세상에서 개인의 미디어 영향력이 굉장히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날로 발전하고 있으니 개인의 콘텐츠, 그에 따른 대중의 반응이 개인의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내 미디어 영향력을 키우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다들 똑같은 스펙으로 경쟁하는 이 상황에서 내 경쟁력을 키우는 확실하고도 신선한 방법이 아닐까.

 

단편 영화를 만든다. 완성된 영화를 영화제에 내 보기도 하고 ‘youtube’, ‘블로그에 게시한다.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 작품을 홍보한다.

 

남이 봐주지 않으면 나라도 나 자신을 알리는 거다. 권위 있는 영화제나, 공모전에서의 수상만을 기다리지 말고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홍보해 보는 것이다. 언젠가는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내 노력이 인정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최소한 내가 만든 작품들이 나 혼자만의 유희거리로 전락하지는 않을 거다. 일단 세상의 빛을 보게는 해줄 수 있으니 최소한 억울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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