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참된 의의가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간혹 멈칫할 때가 있잖나? 카프카의 표현을 빌리자면[좀 과장되긴 하지만] 책의 도끼에 머리가 찍히는 그런 상황. 이 문장을 읽고 나는 잠깐 멈칫했다. 나의 독서 그리고 글쓰기에 관해 생각할 수 있었다.
한때는 책을 본다는 그 사실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왠지 남들보다 앞서 가는 것 같고 열심히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로 끝이었다. 실천과 복습이 없는, 허울만 독서였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리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뭔가 남기도 하고, 책을 복습할 수도 있으니 그 당시 나에게는 일거양득의 선택이었다. 시대상에 관해서, 줄거리에 관해서, 주인공에 관해서, 작가의 생각에 관해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나름의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걸 글로 풀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런 걸 공부해 글로 푼다는 게 도대체 어떤 큰 의미가 있을까?’, ‘내 생각의 폭이 넓어지기는 한다지만[분명 이것도 중요하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타인의 생각이고, 난 그저 그걸 반복하는 거잖아?’ 뭔가 아쉬웠다. 공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은 찝찝함을 느꼈다. 내 글은 책에 대한 해설서인가 회의감도 들었다.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졌다.
결국 지금의 내 글은 감상문의 형태로 굳어졌다. 책을 읽을 때 떠올랐던 잡다한 생각을 이야기하는게 즐겁기 때문이다. 그냥 즐거워서 이러고 있는데,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이게 독서의 ‘참된 의의’라고 말해 주네. 엄청 기뻤다. 사실 내 ‘멈칫’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에 대한 확인이고, 확신이고, 대견함(?)이었던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이 결국 ‘자뻑’이었구나 싶어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쁜 걸 어떡해.
"독서를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 자체도 새로운 생각거리다."는 내 생각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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