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감상2012.06.20 08:30



  


  사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에 의해 쓰였다는 점이 '설국'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노벨문학상'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저에게는 대단했던 거죠. 역시 엄청난(?) 소설인지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작가가 의도한 뜻의 '10%'도 이해하지 못했단 자괴감에 상처 받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글을 쓰는 중입니다.

 

 

  '설국'은 주위 상황, 계절에 대한 묘사가 치밀합니다. 제목이 '설국'인 만큼 '겨울' 이라는 계절에 대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그 표현이 참 아름답습니다. 겨울 하늘의 또렷함, 깨끗함이 진짜로 상상된다고나 할까요. 또 인간의 생각 뭐 어려운 말로는 고뇌와 남녀관계에서의 심리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설을 읽은 후 작가에 대해 알게된 사실은,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신감각파 운동'이라는 문학운동을 주도한 장본인이란 사실입니다. '신감각파 운동'은 소박한 현실 묘사나 재현에만 그쳐 있던 일본의 주류 문학을 벗어나, 현실을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세계를 만들고 그 세계를 감각적으로 묘사하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말이 참 어렵죠]. 그래서인지 작가를 대변하는 듯한 주인공 '시마무라'도 자신의 시각으로 계속해서 세상을 관찰하고, 묘사하고 생각합니다. '설국' 에서 상황에 대한 묘사가 신선하고, 어찌보면 난해할 수 있는 여러 표현들은 작가의 '주관적 판단'을 존중하는 '신감각파'의 특징이었던 셈입니다.

 

 

  '설국'은 또한 '기승전결'이 뚜렷한 소설은 아닙니다. 세계에 대한 '시마무라'의 관찰, 고뇌 그리고 게이샤 '고마코' 와의 일상이 주된 소재이기 때문에 결말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사건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스토리 전개의 일정한 패턴에 많이 익숙해져 있던 독자들에게는 이 또한 소설을 낯설게 만드는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21560&imageNid=1602866) 

 

  

  겨울이면 눈에 파묻혀 버리는 조용한 온천마을을 '시마무라'는 3년을 찾아옵니다. 자신을 기다리는 어린 게이샤 '고마코'를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 결혼한 '시마무라'이지만 낯선 타지에서 만난 '고마코'란 게이샤는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따금씩 그녀가 그리워질 때 또 여행을 하다가 사람이 그리워질 때 시마무라는 온천장의 '고마코'를 찾아옵니다. 그들의 만남은 이렇게 일시적이고 기약이 없습니다. '시마무라'는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고마코'와의 관계에 확실한 선을 그어두지만, '고마코'는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구애를 하고 때때로는 상처받고 토라져 그만둘 성도 싶지만 포기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녀의 사랑은 때묻지 않아 순수하며 이는 고향도 아닌 온천장에서 몇 년 동안이나 그를 기다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시마무라'는 서양 무용에 대해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떠돌아다니는 그에게는 잘 맞는 직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일에 냉소적입니다. 서양 무용에 대한 글을 쓰지만 정작 자신은 서양 무용을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봐도 무의미한 일을 그 또한 무의미하게 생각하며 세상을 '냉소적인 프레임'으로 바라봅니다. 그렇기에 안 될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애정을 표하는 '고마코'의 노력을 헛수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냉소적이던 '시마무라'도 어느샌가 자신이 '고마코'의 매력에 빠지고 있음을 인지합니다. 자신이 정해 놓은 선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그는 앞으로 '고마코'를 찾아오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고마코'와의 사랑의 결과가 아무 것도 남지 않을 '무의미'임을 알기에 냉소적인 그의 프레임이 스스로를 조절한 것은 아닌가 판단됩니다. 

 

 

   떠나는 임 기다리는 여인. 우리나라의 기생문학이나 대중문화 속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소재였습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심수봉' 씨의 국민가요도 있지 않습니까. '한'의 정서 는 그만큼 우리 민족에게 보편적인 정서입니다. 하지만 '남자란 떠나가는 존재인가', '인간의 유한한 사랑이 슬프구나'를 연일 외쳐대는 가슴 아픈 주인공들은 항상 여자입니다. '설국' 속 '시마무라' 는 가정이 있고 떠나면 그만인 여행자이지만, 그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며, 언제 돌아올지 모를[시마무라의 다짐대로라면 앞으로 돌아오지 않을]그를 애타게 기다리는 '고마코'는 혼자 버려집니다. 그녀 또한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겠지만 '시마무라'와의 만남은 그녀에게는 평생 동안 남을 상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여성은 '한'의 정서로 통하는 것일까요? 을 보내며 노래하는 '정지상'의 '송인' 속 여성이나 '설국'의 '고마코'의 감정이 똑같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 뿐 아니라 또 당사자가 여자든 남자든 간에 떠나간 임을 노래하며 그리워 할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한'의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별'이란 모든 사람에게 늘 아픈거니까요. 그런의미에서 '한' 이란 지극히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는 만큼, 떠나간 그녀가 그리워 울부짖는 수많은 '찌질남'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하하    

   

Posted by 강맥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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