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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감상

거창하게 말하자면 에로티시즘! - 김영하의 검은 꽃

 

 

  요즘 우리는 쉽게 스캔들 기사를 접할 수 있다. 스캔들의 당사자들은 진실이 밝혀지든 간에 둘 다 타격이 클 것이다. 아마 별별 욕을 다 먹을 거다(아직 보수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진심으로 성에 관한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이 스캔들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은 사실에 안도할 것이다. 성인이라면 겪게 될 '남녀관계' 속에서 '뒤끝'이나 '소문' 따위의 여지는 항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내면에는 그런 불안감 정도는 쉬이 할 수 있는, 항상 뜨거워 어쩌지 못하는 '성욕'이 자리 잡고 있다. 한낱 인간이 이를 어찌 조절하랴. 방탕한 인간으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서 겉으로만 쉬쉬할 뿐 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하려는 게 인간이란 동물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검은 꽃>은 '성욕'을 주제로 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소설이 꼭 한 방향으로만 읽히라는 법은 없지 않나. 분명 시대가 이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었지만, 그런 시대 속에서도 인간들은 '사랑'을 하고 '성욕'을 해소한다. <검은 꽃>의 주요 캐릭터 '이연수'와 '김이정', '권용준', '박정훈' 과의 관계를 소개하려 한다. 주인공들 각각의 관계는 다른 방식의 '사랑'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꽤나 흥미롭다. 그리고 그 관계의 근저에는 항상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을 거창하게 소개한다면 '이연수'를 통해 본 <검은 꽃>의 '에로티시즘' 이라고나 할까?

 


'이연수' 를 소개하자면 

 

 

- 조선 사대부 집안의 장녀이다. 혈통이 고귀하며 범접하기 어려운 여성이다. 

- 소설 속 여 주인공들이 그렇듯 그녀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매력적인 여자이다. '이연수' 에 대한 작가의 묘사는 다소 과장되어 있다. 그녀의 냄새, 남자들의 성적인 반응, 생김새, 행동 등의 묘사는 그녀를 더욱 아름다운 캐릭터로 만들어 주고,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한다.

 

 

 

열흘이 지나고 보름이 되자 그녀에게선 누구라도 분간할 수 있는 특이한 체취가 풍겼다. 그녀가 지나가면 잠든 사람들이 일어났고 아이들이 울음을 그쳤다. 수년 동안 발기하지 못했던 남자는 몽정을 했고 어린 사내들은 밤잠을 설쳤다... (중략) ... 냄새뿐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도 빛이 나기 시작했다. 타고난 귀티와 남다른 오만함은 더러움 속에서 더욱 광채를 발했다. 남자들의 정욕과 여자들의 질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검은 꽃' 중에서)

    

 

1. '김이정' 그리고 '이연수'

  

 

  이렇게 범접하기 어렵고 신비로운 매력의 여자 '이연수'는 멕시코라는 새로운 땅에서 '김이정'(하층민)이라는 남자를 만나 정말 본능에 충실한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조선을 벗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사랑이니 그럴 것도 같다. 정말 장소 가릴 것 없이 '김이정'과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마치 혈기왕성한 요즘 대학생 커플들을 보는 듯하다. 아직도 여성의 순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민감한 대한민국인데, 조선 시대에 그것도 사대부의 장녀가 이런 모습을 헉. 그래도 뭐 사랑의 감정에 따른 본능이기에 또 청춘이기에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청춘의 뜨거운 사랑 그리고 순결,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단순한 불장난일까, 성숙해질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일까?

 

 

 2. '권용준' 그리고 '이연수'

 


  '김이정' 이 떠나고 '이연수'는 그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권용준'(통역관)의 첩으로 살아간다. '권용준'의 탐닉의 대상이 된 '이연수'를 바라볼 때, 그녀의 망가짐과 충격적인 모습에 씁쓸했다. 작가가 그녀의 망가짐을 강조하려는 목적을 띄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권용준' 과의 관계에서 그녀에 대한 묘사는 노골적이고 굴욕적이다. 하지만 이상야릇하게 여성에 대한 남성의 강한 욕정 또한 느껴졌다. 매력적인 여성을 내 것으로 만든다는 남자들의 강렬한 욕망 같은 것들 말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소설 속 '권용준'도 '이연수'의 매력에 반해 그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물론 그 관계는 쭉 일방적이었으며, 사랑에 따른 행동인지 그녀의 몸에 대한 욕구였는지는 확실치 않다. 요즘 사랑이 아닌 성욕의 해소를 위한 캐쥬얼한 만남이 많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몸을 섞을 수 있는 시대다. 지금 매력적인 여성이, 남성이 앞에서 신호를 보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 없는 관계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3. '박정훈' 그리고 '이연수'

 


  아내를 잃은 아픔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그것을 잊고자 멕시코로 넘어온 돌부처 '박정훈'도 '이연수' 앞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이연수'의 매력에 반한 '박정훈'은 사랑 고백을 하고, 결혼 후에는 그녀의 아이('김이정'의 아이)까지 품어주는 자상함을 보인다. '김이정'이 찾아왔을 때는 '이연수'가 흔들릴까 봐, 가정이 무너질까 봐 아이는 자신이 잘 키우겠으니 조용히돌아가 달라며 부탁까지 하는 그였다. 사랑의 시작이야 '이연수'의 매력에 따른 본능에서 시작했겠지만 '박정훈'이 사랑을 풀어가는 방식은 위의 두 남자와는 달랐다. 그는 성관계보다는 가족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둘의 관계는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박정훈'의 모습은 사랑의 표현이 꼭 육체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님을 보인다.  

  

 

  어떤 관계가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자신이 어떤 관계에 만족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에게 성욕이란 본능이며, 사랑을 지속시키는 여러 힘 중 하나다. 그렇기에  범죄가 아닌 '성욕'은 전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상대방을 위한 '프라이버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규칙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관계에 대해 치졸하게 떠벌리고 다니지는 말기를.  

 

 

ps. 예전에 쓴 글이라, 미흡한 점이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신 분들, 참으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