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 쓰지 말고 사랑할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뿐이에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앞으로는 봄에 시간을 내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이 어땠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를 기억하려 애쓰세요. 강의 끝.”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마음산책,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