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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감상

그들은 정말 영웅인가? - 고지전




  저에게는 전쟁영웅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영화의 폐해일지 모르겠지만일 당 백의 화려한 액션, MIT 버금 가는 빠른 두뇌 회전그에 따른 정확한 판단대의를 위해 목숨 받칠 수 있는 숭고함잘생긴 외모(!)는 덤 등그들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수히 많습니다당연히 우리 같은 일반인은 그들의 도움을 받는 소시민이고그저 무수한 존경의 눈빛을 보낼 뿐입니다모든 고난을 이겨낸 영웅이 선의 입장에서 악을 단죄하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그렇게 돌아온 그들에게는 존경과 환호사랑하는 연인의 키스 그리고 퍼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고지전을 보면서 제 환상이 조금은 깨져버렸습니다.

 

 

  ‘고지전은 신하균고수이제훈 주연의 영화로, 6.25 전쟁 때 한 고지를 두고 남한과 북한이 엎치락 뒤치락 한다는 이야기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그 안에는 남한군 과 북한군의 우정의문의 중대장 살해 사건 등 다양한 이야기가 곁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애록고지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전쟁의 한 복판에 남한군 측 악어부대가 있습니다그곳에는 2년 만에 이등병에서 중위대위로 진급한 김수혁(고수), 신일영(이제훈)이 있습니다그들은 뛰어난 판단력과 전투능력으로 미친 듯한 전투에서 살아남고 또 혁혁한 공을 세우는 인물들로서제가 그렇게도 환상을 가지고 있는 전쟁영웅(!)입니다하지만 그들에게는 제 환상을 깨어버린 과거가 존재합니다지옥의 전투아니 지옥보다 더한 곳이라고 회고되는 포항 전투에서 그들은 평생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맛봅니다.

북한군에 포위되어 도망칠 곳은 바다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운명의 장난이라도 되는 마냥 도망칠 보트는 한 대뿐이 없습니다누군가는 보트에 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자신이 타기 위해 옆에 있는 전우를 죽이는 일결국 부대원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서로를 죽입니다같이 동고동락하며 죽음의 전투를 버텨온 그 전우를 말입니다

 




  전쟁영웅아니 수많은 전우를 보내며 악다구니로 다져진 그 사람들은전쟁영웅이 아닌 상처 받고 아픔에 찌든 불쌍한 사람이었던 것입니다그들이 겪었던 수많은 아픔은 생략한 채 그저 국민들의 존경과 환호를 받는다는 표면적 이유 하나만으로 저는 그들을 부러워 한 것입니다이렇게 부끄러울 수가먼저 간 전우를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이 시대의 영웅들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