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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어글 프로젝트/단편영화 제작기

단편영화 제작기 - No.2 배우 섭외하기 (1)

 

 

 

- 배우들의 성지, '필름메이커스'!

 

 

  우리가 단편영화를 찍자고 결심하면서 맞닥뜨린 첫 번째 난관. 우리가 쉽사리 단편영화를 포기하게 하였던 문제는 역시 배우 섭외의 문제였다.

 

, 우리 단편영화 찍자!” 그러자 팀원들이 정색하면서 하는 말. “배우는?”, “우리가 또 연기할 거야?”, “도대체 배우를 어디서 구할 건데?” 나는 소심하게 말했다. “, 아니 필름메이커스라는 사이트가 있다던데

 

그렇다. 정답은, 구원의 손길은 필름메이커스에 있었다. 우리와 함께 작업했던 남자 배우의 말을 빌리자면, ‘필름메이커스는 배우들의 성지쯤 되는 곳이다. 홈페이지의 디자인이 조금 올드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무한한 의심을 갖게 하지만,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만남, 커넥션은 정말 어마어마하단다. 사실 우리는 배우 공고를 올린 후 13분이 지나기까지 이 사이트를 의심하고 있었다. 아예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그러다 뜬금없이 날라 온 한 통의 문자. “<서프라이즈 프러포즈> ‘동식역 지원합니다!” 나는 어퍼컷 한 대를 맞은 기분이었다.

 

 

- 배우 공고 올리기.

 

 

  간단하다. ‘필름메이커스’ ‘연기자 모집란에 여러분 영화에 관한 정보를 올리고 차 한 잔 마시면서 기다리면 된다[차 마시면서 여유 부릴 시간은 이 때가 마지막이겠지만]. 여기에 조그만 팁을 제공하자면, 영화에 관한 정보를 올릴 때, 등장인물, 주요 사건에 관한  구체적 설명은 꼭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등장인물 간의 관계설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성격, 배경을 될 수 있으면 구체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허나 필름메이커스의 공고를 몇 개만 유심히 봐도 이 사실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하튼, 이걸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첫째.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에 감을 잡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미팅 전 시나리오를 제공한다지만, 사실 시나리오가 캐릭터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캐릭터가 왜 그렇게 행동하고, 왜 그렇게 말을 하는지는 캐릭터를 폭넓게 이해할 때에만 가능하다. 우리가 적어둔 캐릭터에 관한 몇 줄의 설명은 이 지점에서 빛을 바란다.

배우가 자신의 배역에 감을 잡고 오디션 현장에 온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좀 더 나은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배우가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한껏 이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 캐스팅하는 감독으로서 제일 반갑고 고마운 일 아니겠는가?

제작자로서는 오디션이 수포로 돌아가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오디션 현장에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한 배우 일색이라면아마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이다.

 

둘째. 영화에 지원하는 배우들이 스스로 배역의 적합도를 따져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거 아니면 이거 식으로 지원하는 배우들도 있지만[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에 이해해줘야 한다], 배역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꼼꼼히 따져보고 지원하는 배우들도 있다. 그건 자기소개서만 봐도 알 수 있다. 가령, ‘철이 역 지원합니다!’ 라고 보내는 지원자가 있는 반면, ‘철이의 성격과 배경이 저와 너무도 흡사해 꼭 해보고 싶습니다!’ 라고 보내는 지원자가 있다. 후자와 같이 배우가 자신의 연기스타일이 등장인물과 적합하다고 판단한 후 영화에 지원한다면, 아마 좀 더 자연스러운, 캐릭터에 동화된 연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 덕택에 영화는 한층 더 높은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겠다!

 

구체적인 몇 줄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배우대로, 제작자는 제작자대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다.

 

 

- 설렘과 두려움 사이. 핸드폰과 메일에 불통 터지는 날.

 

 

  공고를 올려놓았다면, 메일과 핸드폰에 곧 불통이 터질 것이다. 메일로도 연락이 오고 핸드폰으로도 연락이 올 것이다. 우리는 공고를 올린 지 정확히 13분 뒤에 첫 번째 지원자가 생기더니, 3일 동안 꾸준히 연락이 왔다. 총 지원자가 90명에 가까웠다. 우리의 저예산(?) 단편영화에 이렇게나 많은 배우가 지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설렘과 두려움 사이에서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때의 느낌,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써 놨다.

 

세상에 배우 지망생이 이렇게나 많은지 몰랐다! 우리가 대단히 초짜라는 것을 강조하여 모집 공고를 올렸음에도 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의 첫 단편영화에 주인공으로 지원했다. 손이 떨렸다.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를 찍고 연기를 해도 우리보다 낫겠다!’ 싶을 정도의 경험자도 있었다. 이들 중에서 누구를 뽑지? 아니 누가 누굴 뽑아? 웃기게도 우리는 누구를 뽑을지 고..는 입장이 된 것이다. 이 신선하면서도 묵직한 충격으로 나는 나의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허투루 하면 안 된다는 초심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맞다. 나는 지금 굉장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여러분도 배우의 첫 프로필을 받는 순간 우리처럼 충격, 설렘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쌓여가는 수많은 프로필을 보면서 어깨 또한 무진장 무거워질 것이다. 책임감. 어쩔 수 없다. 무진장 느껴라. 여러분이 벌여 놓은 판, 어떻게든 여러분 손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다.

 

 

  배우 섭외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 1편은 여기서 이만하고 나머지는 2편에서 이어 가겠다. 파이팅! :)

 

 

 

배우 섭외하기 (2)

 

- 우리가 누구라고 누굴 뽑아? 그럼에도 뽑아야지.

 

- 드디어 배우를 만나는 날!

 

- 그런데 출연료는 어떻게 하지?

 

 

 

 

by. 어글어글 & 강맥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