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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글어글 프로젝트/단편영화 제작기

단편영화 제작기 - No.3 배우 섭외하기 (2)

 

 

 

- 우리가 누구라고 누굴 뽑아? 그럼에도 뽑아야지.

 

 

  우리가 거의 90개의 프로필을 받았다고 말했던가? 우리는 당장 주말에 모여 누굴 뽑을지에 관한 토의를 했다. 프로필을 하나하나 읽고 이미지를 살피며 서로의 의견을 모아봤는데,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사람의 보는 눈이 다 다른지라 내가 괜찮은 배우가 팀원들에게는 별로고 또 그 반대의 경우고 그랬다. 우리는 힘겹게 후보군을 추려갔다.

 

  프로필을 보면서 설렘과 막막함의 감정이 교차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한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었지만, 그 반대로 우리보다 경험이 많은 배우들과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력들을 보니 배우들이 직접 시나리오 쓰고 연기하고 연출해도 우리보다 잘하겠다는 소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어떡해. 뽑아야지. 우리는 이력서에 열의가 보이는 배우[실제로도 그 열의를 보고 한 명 뽑았다], 캐릭터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배우 위주로 리스트를 줄여나갔다. 여담이지만, 이력서에 아무리 많은 이력을 늘여 놓았더라도 솔직히 배우가 풍기는 분위기이미지의 힘은 무시할 수 없더라. 배우들이 왜 그렇게 공들여 프로필 사진을 찍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결국 90개의 프로필을 20개 정도까지 줄였다. 그리고 원하는 조합대로 배우들을 그룹화 했다. 그다음은? 왈가왈부할 것 없이 연락 돌리고 만나면 된다. :)

 

 

연락 줄 때, 배우들에게 꼭 시나리오 먼저 보내주시길. 착각하면 안 되는 사실 중 하나. 우리가 뽑는다지만 배우들도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이 지극히 기본적인 룰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꽤(!)나 있다고 한다.

 

   

- 드디어 배우를 만나는 날!

 

 

  어디서 만날 건지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도 우리는 논쟁을 벌였다. 나는 한 푼이라도 더 아끼자고 학교 강의실을 추천했고, 내 친구들은 그래도 명색이 첫 촬영이고 배우들을 처음 만나는 날이니 신경을 쓰자고 했다. 21인 걸 어째. 결국 토즈라는 세미나 룸을 빌렸다.

 

  배우를 만났다면 두근두근 미팅하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즐기면 된다. 배우도 사람인지라 우리가 어렵게 대하고 분위기를 우울하게 몰고 간다면 분명 위축될 것이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 서로에 관한 질문, 창작집단 소개, 간단한 자기소개 등을 하면서 분위기를 포근하게 만들면 된다. 우리는 잘했는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노력했다. 간간이 터지는 내 무리수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었지만그렇게 간단한 대화를 끝냈다면 이제 오늘 만남의 목적,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된다. 한 장면을 요구해도 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짧은 단편영화이기에 대본을 다 읽게 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동안, 감독과 스텝은 배우가 포인트를 잘 못 잡았거나, 우리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연기를 한 부분에 체크를 해두면 된다. 스텝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감독의 의도가 제일 중요하니 감독은 꼼꼼히 배우들의 연기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참고하는 <청소년을 위한 영화 만들기 - 단편영화 하나 끝내기>의 저자는 감독에게 리디렉션을 시도하라고 조언한다. 영화 외적으로 배우들에게 상황 하나를 던져주고 그 상황에서 배우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라는 것이다. 리디렉션을 통해 배우들의 임기응변을 볼 수 있다나 뭐라나. 물론 좋은 조언이기는 하나, 우리 또한 처음인지라 그 과정은 생략했다. 캐스팅은 감독의 경험, 재량의 문제이니 초보인 내가 여기서 할 말은 더는 없는 것 같다.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놀랬던 사실은, 배우의 연기가 부족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을 경우 (초보임에도) 생각보다 쉽게 보였다는 것이다. 배우는 감정 잡으랴 디테일 신경 쓰랴 참 공들여 연기하는데, 그 노력에 비해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너무 쉽게 보인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감정이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평소 너무 쉽게,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건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배우라는 사람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오디션 장면은 웬만하면 동영상으로 찍어 놓는 걸 추천한다. 누굴 캐스팅할 것인지 회의하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당장 현장에서는 배우들의 카메라 앞에서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촬영이 힘들다면 배우들의 연기를 녹음이라도 해 놓는 센스를 발휘할 것.

 

배우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많은 대학생 감독들이 첫 미팅은 강의실이나, 카페 단체 룸에서 한단다. 어디서 오디션을 할 것인지의 문제는 그냥 의견 맞는대로 정하면 될 것 같다.

 

만약 연기를 보고 잠시 스텝끼리 회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배우들에게 정중하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해도 괜찮다. 우리는 그 말이 너무도 어려웠던지, 카톡으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다가 배우들이 알아서 눈치 채고 나가주었다. 후에 배우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들은 얘기. “근데, 그때 너 네 그거 티 안 날 줄 알았어? 하하.” 배우들 앞에 두고 카톡하는 거 대단한 실례다! :)

 

 

- 그렇다면 비용은?

 

 

  우리가 제일 걱정했던 문제는 바로 페이 문제였다. 시간을 내 가며 우리 영화에 출연해 주는데, 당연히 배우들에게 페이는 지급해 줘야할 것 아닌가. 허나 그 액수를 어떻게 협상할 것인지는 정말 막막했다. 잘 못했다간 얼굴 붉히기에 십상이잖나. 우리는 고심 끝에 결국 한 가지 방법을 택했다. 그건 바로 솔직함’.

우리는 대학생이고 영화 제작비만으로도 비용이 벅차니 많이는 못 드린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대신 즐겁게 촬영할 수 있으며, 먹을 건 잘 챙겨드리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희가 드리는 이 돈을 단순히 업무적인 관계를 끝마치는 것에 대한 비용이 아닌, 같이 작업해주신 감사쯤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좋았다. 우리의 배우들은 돈이 아닌 작품을 봐준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비용 문제.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배우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만 하면 되는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고 아예 무일푼은 좀 너무하고. 돈보다는 작품 자체에 애정이 많은 존재, 그래서 우리 제작자와 닮은 구석이 많은 존재, 그게 배우란 걸 깨달을 수 귀중한 경험이었다. :)

 

 

  이걸로 배우섭외에 관한 이야기는 마칠까 한다. 질문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길. 단편영화 제작기, 다른 주제, 다른 에피소드로 또 찾아뵙겠다! :)

 

 

ps. 어글어글의 또 다른 팀원든든한 ‘생얼의 준용씨도 영상 제작기를 연재하고 있으니 링크 걸어 놓겠다. 나와는 또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으실 듯. http://juneyong.tistory.com/

 

 

창작집단 어글어글 & 강맥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