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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감상

리뷰 - 박수칠 때 떠나라(2005)

 



  영화가 제목부터 튀니까 확실히 궁금했다. IPTV에서는 코미디 영화라고 했기에 집에서 할 거 없이 뒹굴뒹굴 거리다가 주저 없이 선택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코미디는 무슨! 코미디 장면들이 에피소드처럼 잠깐잠깐 포함은 되어 있지만 전혀 코미디 영화는 아니다. 뭐 범인을 찾는 '범죄 영화'라고 보면 된다. 거기다 초자연현상도 가미되어 있다. 초자연현상? 그래 '귀신'말이다. 참 기똥찬 상상이다.      



  첫 장면부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정유정[김지수]이 살해된 채 누워있는 장면에서의 클로즈업이 서서히 빠지면서 호텔의 여러 방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이 살해되었는데도 옆방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엄마는 요리하고, 젊은 남녀는 끈적한 사랑게임을 하는 등 일상 그대로의 모습이 보인다. '뭐 사람 하나 죽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니까' 라고 말하는 듯 옆방의 사람들은 유정의 죽음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상 참 차갑단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죽음과 촌각을 다투는 이 시간에 나는 여유롭게 글을 쓰고 있으니 뭐 일상에 참으로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죽어도 옆방에선 다른 사람들이 삼겹살 먹으면서 예능 보고 있을 수 있단 생각을 하면 엄청나게 배 아프기도 하다.



   


  스토리의 설정이 특이했다. 검찰과 경찰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찾는 과정을 방송국이 생중계를 한단다. 범죄에 저명한 전문가들이 나와 서로 '갑론을박' 하고 방청객들도 살인사건의 수사과정에 적극 의견을 표하는 등 세트장에서 재미있  는 '아고라'가 형성된다. 뭐 현실에서야 말도 안 되는 설정(?)이겠지만 영화에선 가능했다. 방송국은 시청률을 위해 검찰에게 일종의 '쇼'를 요구하는데 그 기획된 '쇼'라는 게 엄청나게 기똥차다. 죽은 정유정을 굿으로 불러 범인을 잡는단다. 논리로 무장한 검찰에서 굿판이라. 허허. 굿판을 허락한 검찰과 노골적인 연출을 강요하는 방송국의 모습이 적날하다. 정의로운(허나 그렇지 않은) '사법'과 '언론'의 그 엄청난 기세는 스크린 속에서 와장창 무너진다. 아마 '장진'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닌지?


  

  연기야 뭐 워낙 실력파 배우들인지라 나 같은 놈이 평가할 바는 아니었다. 너무 거만하고 당당해서 미워할 수 없는 '차승원'이나 또라이(!) 연기 하나는 일품인 '신하균'[신하균의 이 섬뜩한 연기는 '더 게임(2008)'이란 영화에서 폭발한다]등 영화 속 캐릭터들에 푹 빠져 감상할 수 있었다. 사심이라면 사심이랄까 나는 여검사['장영남' - 이 분 '해품달'에도 나왔었는데 연기가 정말 소름끼쳤다!]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그 능글능글한 모습이나 이상한 데서 빵 터지는 개그코드 하지만 날렵할 땐 날렵한 캐릭터가 맘에 들었다. 뭐하나 모난 데 없는 능글능글함을 나는 닮고 싶었다.



  '정유정[김지수]'이란 캐릭터나 '굿'에 대해서도 뭐 더 쓸 수야 있겠지만 모든 영화가 그렇듯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감상하시는 게 오히려 더 나을지 모르겠다. 반전도 있고, 스토리도 지루하지 않은 만큼 후회하지는 않을 영화라고 생각된다. 결말에 대해서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는걸 보니 관객들도 나처럼 꽤 충격받았나 보다. 뭐 아님 말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