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감상2012.06.23 10:30




  '마이클 티어노'의 저서 '스토리텔링의 비밀(2008)' 에서는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 '악마의 씨' 를 뛰어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로 칭찬한다. 할리우드에선 꽤나 깐깐한 스토리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티어노' 그 자신도 "로즈마리(극 중 여주인공)가 악마의 자식을 갖는 씬은 다시 봐도 소름끼친다" 라고 말할 정도이다.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나도 결국은 이 말에 혹해 영화를 찾게 되었다.

 

 

  '악마의 씨'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악마에 대한 이야기다. '배우인 남편이 자신의 직업적인 성공을 위해 아내를 악마에게 판다' 뭐 이런 식의 내용이다. '악마에게 무엇인가 팔고 대가를 얻는다?', 이런 줄거리는 이제는 신선하지 않다. 책에서나 다른 영화에서나 많이 다뤄져 왔으니까. 하지만 단순히 줄거리가 아닌 '악마를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라는 프레임으로 영화를 본다면 진짜 괜찮은 영화다. '악마의 씨'가 많은 사랑을 받고 또 높게 평가된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나 싶다.

    

 

감독은 악마를 드러내지 않는다. 로즈마리와 첫 대면을 하게 되는 그날 밤, 우리는 단지 그의 빨간 눈, 썩은 고목 같은 손 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제한된 샷에서 우리는 로즈마리와 악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포감을 가지고 이 장면에 집중하게 된다. '로즈마리'가 이 미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악마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도 않는데 우리는 왜 이런 공포감을 느낄까?

 

 

  이게 바로 서사의 힘이 아닌가 싶다. 감독은 악마의 모습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에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은 암시로 남겨 놓는다(대사, 사운드, 의식을 진행하는 사람들, 또는 문양 같은 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관객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그 암시에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가며, 로즈마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 실체, 그 상황에 대해 엄청 궁금해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려워 하면서 말이다. 만약 이상한 분장을 한 악마가 나와 '로즈마리'와 끈적한 관계를 갖는 그런 몹쓸 장면을 실제로 보여준다고 생각해봐라. 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보여주지 않는 것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하하

 


 (출처- http://blog.naver.com/up8g2kr39?Redirect=Log&logNo=30105619476)


 

  이런 서사는 기술력이 엄청난 지금의 상황에도 똑같이 중요하다. 화려한 영상 만으로 승부하다 알맹이가 없어 망하는 영화들을 수도 없이 보지 않나. 예나 지금이나 기본이 중요한가보다. '악마의 씨'가 여기 똑똑히 말해주고 있다.       

Posted by 강맥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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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아요. 기본만큼 중요한 게 없죠. ^^

    2012.06.23 21: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