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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감상

역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네요. - '남영동 1985' 와 '테이큰 2'를 보고.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정지영감독의 <남영동 1985>리암 니슨주연의 <테이큰 2>. 이 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장면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남영동 1985>의 고문기술자 이두한김종태15년 만의 재회에서 휘파람을 불며 자신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인다. <테이큰 2>의 아들의 죽음을 복수하려는 알바니아인리암 니슨이 마지막 기회를 줬음에도 그에게 총을 겨눠 최후를 맞이한다공통점은? 맞다. ‘이두한알바니아인은 결정적 순간에도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지 않는다. 이를 좀 더 본질적으로 말하자면, 역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내 주위의 친구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왔다. 우리가 오랜만의 만남에서 서로에게 항상 던지는 말이 있다. “, 너 군대 갔다 와도 변한 거 하나 없네.” 맞다. 내 친구들만 봐도 역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레퍼토리에 웃고, 똑같은 말투를 쓰며, [어떤 놈들은 정말 바꿨으면 하지만] 여전히 똑같은 성격과 똥고집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게 나쁜 것일까? 그건 역시 개인의 권리다. 자신이 무얼 선택하느냐의 문제 말이다. 자신이 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면 남이 뭐라고 하던 자기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는 거다. 냉정하게 말하면, 희대의 고문기술자 이두한에게도 개인의 신념[사실 모르겠다]이 있겠고, 복수하려는 알바니아인에게도 개인의 신념[아들에 대한 엇나간 사랑?]이 있겠다. 허나 이들의 행동이 문제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사회에 피해를 주기 때문인 거다. 책임을 질 수 없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신념인 것이다. 변하지 않는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아니 그 신념을 지니고 사회에 어울리기 위해선, 역시 도덕책에서 수없이 강조한 책임이란 놈이 필요하다. 책임을 지지 못하는 신념의 말로는? 보시다시피 징역, 비난, 죽음.

 

 

  인간이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항상 변화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말하지만, 정작 그런 인간들에게도 신념 따위의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은 개인이 마음먹고 바꾸지 않는 이상 타인의 힘으로는[설득으로는] 절대 변화시킬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신념[똥고집]에 책임을 지고, 독선을 방지하기 위해선 역시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 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수밖에는 없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항상 물음표고, 매스를 든 유일한 절대자다.

 

 

   

ps. "사람이란 나무와 같소. 당신도, 버찌가 열리지 않는대서 무화과나무와 싸우지는 않겠지?”

친구가 변하지 않는다고 친구와 죽어라 싸우는 헛고생을 하지 말라는 유명한 현자님의 말씀이다. 변하지 않는 놈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놈은 그냥 냅두는 게 상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