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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감상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 정답은 현재이고 사랑이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고해주세요. :) 

 

  약혼녀 이네즈와 파리를 방문한 소설가 길 팬더’. ‘이네즈와는 생각이 맞지 않아 파리의 밤거리를 쏘다니던 앞에 생뚱맞게도 클래식 푸조가 나타난다. 그것도 12시에. [신데렐라의 귀가시간에 맞춰 딱 나타나는 푸조다.] 그 푸조를 탄 1920년대의 파리를 경험하게 된다. 1920년대의 파리에서 그는 그가 그렇게도 동경하던 스콧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달리, 피카소 등의 거장을 만나게 된다! 로맨, 판타지, 드라마를 폭넓게 아우르는 깜찍한 영화였다. 요즘 영화를 봐도 별 감흥이 없던 내가 리뷰까지 쓰고 싶게 만들었던 영화. 그나저나 도대체 내가 뭐라고.

 

  

  주인공 길 팬더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그는 1920년대의 파리야말로 골든 에이지라고 생각한다. ‘스콧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등이 살아있었던 그 파리, 그 감수성, 그 낭만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허나 1920년대 사람들, 특히 그녀가 한 번의 만남으로 사랑하게 되었던 아드리아나’[여기서 아드리아나는 피카소의 연인으로 나온다.]1890년대의 파리를 원한다. 그녀는 드가고갱등이 살아있는 1890년대야말로 골든 에이지라고 한다. 1890년대의 사람들은? ‘미켈란젤로다빈치가 살아있는 르네상스 시대가 골든 에이지라고 한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누구나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가 지금보다는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감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과거의 동경[낭만과 향수 때로는 현실에의 불만이 함축된] 때문에 현실을 망쳐서는 안 된다.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야 할 곳은 현재다.’ 극 중 을 미행하던 탐정이 한 명 있다. '이네즈'의 아버지가 '길'의 행동에 의심을 두고 고용한 인물이다. 허나 그는 '길'을 쫓다 실종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도 아드리아나를 따라 1890년대의 삶을 선택했다면, 그래서 현실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실종되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의미와 연관지어 실종의 다른 면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현실에서의 정체성을 실종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즉 과거에 대한 동경으로 현실에서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다고 말이다. 

 

과거에 대한 동경, 집착? 나의 경우에는 수능성적을 말 할 수 있겠다[아직도 수능 운운하는 거 보니 나는 아직도 새파랗게 어리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기에 대학교 1학년 때는 참 많이 방황했었다. 그때의 내가 대학에 대한 패배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했다면, 사람들은 나를 재수없는 놈, 철 없는 놈 쯤으로 생각했을 테고, 나 또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겉 돌았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현실을 직시하며 잘 살고 있다. 어쨌든 내가 살아야 할 곳은 현재니까.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영화 속 헤밍웨이는 말한다. ‘진정으로 사랑할 때는 죽음의 두려움마저 잃는다고. 두려움의 감정이 다시금 마음속에 자란다면 그때는 또 다른, 죽음을 까먹을 정도의 사랑을 해야 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네즈와의 파혼]은 잘 한 짓(?)으로 보인다. 상대방과 나의 취향을(공통점을) 따지고, 무언가 재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의 균열을 의미한다. , 그리고 이네즈의 모습 솔직히 밥맛이긴 했다. 지극히 세속적이고 보이는 것만을 사랑하는 인간이다[현학적인 친구를 좋아하는 모습이나 진주 귀걸이가 없어졌을 때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메이드부터 의심하는 그런 성미는 그녀의 성격을 잘 대변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러니까 현실로 돌아오고 파혼까지 한 상황에서, 그는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던 파리의 여자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때마침 비는 내리고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파리는 빗속이 제일 예쁘죠.” ‘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버린 그녀[참고로 은 파리의 비 오는 거리를 사랑한다고 극 중에서 몇 번이나 말했다.]. 그렇게 은 파리의 비 오는 거리를 그녀와 함께 걸어간다. 때마침 12시를 알리는 종소리는 사랑의 탄생을 노래한다. 너무 아름답지 않나? 우리 엄마는 날 이상주의자라고 말하던데, 이런 이야기에 격하게 끌리는 걸 보니 사랑에 있어서도 난 이상주의잔가 보다. 아니. 현실감각이 없다고 하는 게 맞겠지? 참고로 난 아직도 후광이 비치는 그녀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사진출처 : http://freerapkyo.blog.me/130153769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