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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우리의 우정여행, 단양 다리안 캠핑장에서.



  10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단양과 안동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2박 3일 동안은 단양에서 캠핑을 했고 1박 2일 동안은 안동에서 세계 탈 축제를 구경했다. 나의 첫 장거리 주행이었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면 무사히 돌아왔다는 뜻이겠지?



  단양, 소백산 자락에 ‘다리안 캠핑장’이라는 곳이 있다. 많이들 알고 있는 단양 고수동굴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 만 원 정도 내면 캠핑장과 각종 캠핑시설을 하루 이용할 수 있다. 전국에는 이런 캠핑장들이 여럿 있는데(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캠핑 장구만 있다면 어느 펜션 못지않은 하루를 즐길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캠핑이 오히려 더 추억에 남더라. 잠이나 씻는 게 불편하기는 하지만 뭐 하나 추억 아닌 게 없었다. 특히 캠프파이어, 음악, 별, 그리고 우리가 한데 어우러졌던 그 밤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낭만 그 자체다. 어디 딱히 여행할 곳이 없다면 친구들과 캠핑을 한 번 가보는 걸 추천한다. 아무리 친하다지만 몰랐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그만큼의 우정도 쌓을 수 있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다. 아 그나저나 좋은 건 좋다지만 그래도 ‘다리안 캠핑장’에 하나 건의하자면. ‘물이 너무 차갑잖아!!’


  우리의 경우 원래는 캠핑 편하게 하라고 만들어 놓은 ‘나무 데크’에서 캠핑을 하려고 했는데[친구가 사람 없다고 그렇게 우겨서 예약을 안 하고 갔는데] 추석이 껴서 만원이었다. 빌어먹을 놈.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맨땅에 텐트를 쳤다. 나무와 돌이 너무 많은 땅이어서 잠 잘 때 등이 너무 쑤셨다. 혹시라도 편하게 갈 생각이라면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아, 그리고 밤에는 정말 너무 추우니(봄, 가을도) 꼭 침낭과 겨울옷을 챙기고, 또 산이라 불빛 하나 없으니 랜턴은 필수다. 연인끼리 간다면 없는 것도 좋겠지만.



  바로 근처에는 계곡이 있다. 소백산 자락이라 물이 아주 깨끗했다. 물론 더럽게 차갑긴 했지만. 여기서 우리는 ‘소백산 막걸리’라는 막걸리를 마셨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지역마다 양조장이 달라 판매하는 술도 다 다른데, 이렇게 각각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 지역의 특별한 술을 마시는 것도 내게는 쏠쏠한 재미다.



  불을 때도 괜찮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나름의 캠프파이어를 했다. 첫날에는 그냥 주위 장작을 모아 불을 땠는데, 정말 불붙이기부터 관리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둘째 날에는 결국 장작용 나무를 샀다. 우리는 불을 때 감자, 고구마, 육포 등을 구워 먹었다. 고기 먹을 돈이 없었던 것도 있었지만, 분위기 때문인지 오히려 이것들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맥주 맛이 특히 죽였다.



  우리가 ‘다리안 캠핑장’을 간 이유는 우리끼리 오랜만에 이야기할 목적도 있었지만, 소백산을 오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친절하게도 우리가 머물렀던 ‘다리안 캠핑장’ 바로 근처에 소백산 등산로가 있었기에 우리는 간단한 장비를 챙겨 둘째 날 낮에 바로 올라갔다. 막걸리는 필수장비였다. 오후 2시쯤에 출발했는데[조금 늦게 출발했지] 예정 왕복 시간은 6시간 20분(등산, 하산 각각 3시간 20분씩)이더라. 10월에는 6시쯤 되면 날이 지기 시작하는데, 예정 왕복 시간대로라면 우리는 8시 20분이 돼서야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어쩌겠어. 없으면 없는 대로 급행으로 올라갔다. 그때의 우리는 다 군인이었으니까.

결국 2시간 30분 만에 정상을 밟았다. 힘든 건 둘째 치고 풍경이 너무 멋있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를 우러르니 (애들은 호연지기라고 표현하던데) 우리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었다. 애들이 무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뜬금없이 성공하겠다고 말을 했다. 곧 제대하기에 패기가 넘치고, 산 정상에 올랐으니 뭔가 벅차오르고, 세상은 넓으니 내 길은 꼭 있으리라는 용기가 생겨서 더 그랬던 걸까? 뭐 그렇다면 이해는 간다. 그렇게 단체 인증샷도 남기고 소백산 막걸리도 마시며 정상에서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친구 놈 하나가 막걸리를 다 먹지 못하겠으니까 산신령께 고수레한다고 술 뿌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어찌나 웃기던지. 미친놈. 우리의 산행은 그렇게 6시 반경이 돼서야 끝났다!




  기억해보면 우리가 매번 밤을 새웠던 장소는 학교 근처의 술집들이었다.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밤을 새우는 게 물론 재밌기는 했지만, 그 다음 날 우리에게 남는 건 대다수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뿐이었다. 그 점이 항상 아쉬웠는데, 이번 캠핑은 달랐다. 맥주를 마시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과하게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화의 질은 확실히 달랐다.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당연히 없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을 확인했고, 그 열망을 기필코 같이 이루자고 다짐했다. 우리의 우정이 술 먹고 노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고 팀워크로 발전해 뭔가를 이룰 수 있겠다는 확신을 그날 서로 확인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창작집단을 계획 중이다. 그리고 그 창작집단의 존재 이유와 ‘네이밍’을 가지고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우리는 이 창작집단을 통해 뭔가를 꼭 이뤄보려고 한다. 그게 설령 아주 힘들고 고된 길이 될지라도 우리는 꼭 참고 해보려고 한다. 이날의 대화는 우리를 더 돈독하게 만들었다. 징그러운 놈들. 여러분도 친구들과의 캠핑 꼭 한 번 가보시길. 우리는 조만간 또 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