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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학벌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군인에게 아주 중요한(!) 외박기간인지라 블로그에 소홀했다. 놀고먹는 재미가 아직 글 쓰는 재미보다 상위에 있는 걸 보면 나란 놈 막돼먹기는 여전한가 보다. 외박 기간 중에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우리 학교가 부실대학에 선정되었단다. 비리가 많았던 학교인지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건만 막상 이 소식을 들으니 기가 찬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 우리 학교가 부실대학에 선정되었다! 고로 우리 학생들도 부실하겠다!’ 라는 통념에 대한 내 친구의 글을 페이스북에서 보게 되었다. 그날 저녁 나도 학벌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둔 일기를 오랜만에 꺼냈다.

 

 

학벌에 대한 내 생각이랄까?

 

 

  내 무의식에는 학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잠들어 있다. 아 학벌. 우스갯소리지만 내 이야기를 한번 들려 드릴까 한다. 내가 꿈꾸는 직업. 언론인.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언론인들의 평균학벌은 참 높다. 사회에서 누구나가 다 꿈꾸는 SKY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말도 많고 선입견도 참 많다. ‘SKY만 뽑는 거 아니냐?’고 인사에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하고, 언론인이 되고 싶으면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묻는 예비대학생들에게 그냥 SKY대학에 언론정보학과나, 신문방송학과 가서 공부 열심히 하면 돼요라고 친절하게 사람들이 대답해준다. 하긴 유명 언론인들의 학벌을 보면 SKY출신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니 이런 의심이 들 수밖에. 허나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SKY출신들이 대게 능력도 뛰어나다는 거다. 학벌 좋은 만큼 대다수 학생이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실력도 우수하다. 대학생들끼리 모여 경쟁하는 여러 장들을 보면 [예외도 있지만] 이들이 휩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례로 나는 열심히 미팅하고 만취해 새벽 2시에 막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서울대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 왈, 자기는 지금까지 팀플하고 왔다더라. 그것도 1학년 1학기에. 그때의 그 비참함 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 너무 시샘만 하지 말자. 잘하는 건 인정해주자.

 

하지만 학벌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이건 나 같이 서울 중하위권 대학 다니는 사람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SKY가 아니더라도 아나운서가 되고, PD가 되고, 기자가 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여기서 내 요상한(어떻게 보면 열등감이 내재되어 있는, 아까 트라우마라고 표현한) 버릇이 나온다. 나도 모르게 언론인들의 프로필에서 학벌을 제일 먼저 본다는 사실. 그들의 업적(?), 경력 따위의 것들을 보기 전에 그들의 학벌에 먼저 눈이 간다. 상대적으로 낮은 학벌로 언론인이 된 사람들을 보면 동질감과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을 보면서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감탄한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학벌을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용기를 내면서도 여전히 내 안에는 학벌이라는 트라우마가 잠들어 있다. 하지만 그 트라우마에 내가 지배되는 일을 없을 거다. 지금도 학벌이 트라우마라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이 트라우마가 나를 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SKY보다 학력은 낮고 공부는 딸릴지언정 내가 잘할 수 있는 [그러면서 차별화될 수 있는]다른 분야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학벌에 주눅 들어 남몰래 수시를 다시 보기도 하고 편입생각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감 넘친다! 이건 학벌 외적으로 나 자신에 좀 더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 근거 없는 자신감.

 

 

 

 

  내 친구의 글에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학교 선배 형이 댓글을 달아주시더라.네가 균형 잡고 잘 서 있으면 바닥이 조금 흔들려도 문제없다.’ 학교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있다지만 나만 할 거 잘 하면 전혀 문제 없다는 뜻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 부실학교고 뭐고 주눅이 들 필요 없이 모두 각자 위치에서 파이팅하자! 아, 우리 학교도 파이팅.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designer_hee/30097565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