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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서울독립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제대 후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답답해 외출을 결심했는데 웬걸 날씨가 영하다. 걷기를 좋아하지만, 도저히 이 날씨에 걷고 싶지는 않았기에 나는 시간을 보낼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만 했다. 까페? 도서관? 서점? 그러다 문득 떠오른 영화! 그래서 영화제를 찾아봤다. 운이 좋게도 1129일 오늘, ‘서울 독립 영화제가 개막한단다. 이런 횡재가. 나는 영화 시간표를 살핀 후 난생처음으로 독립영화관을 찾아갔다. 광화문에 있는 인디스페이스라는 영화관이었다.

 

 

 

- 시기가 시기인지라

 

  오늘 본 영화는 유신의 추억 -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라는 다큐멘터리였다. 제목만 봐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풍자의 냄새가 나는 다큐멘터리였다[‘다카키 마사오박정희 대통령이 일본군 장교로 있을 때의 이름이다].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찾아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당황스럽게도 악플이 상당히 많았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영화의 내용, 배급시기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 나는 그런 것 상관없이 영화 그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이상하게 나는 역사에 끌린단 말이지.

   

 

-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나름 새로운(?) 시도에 눈길이 갔다. 역사를 많이 까먹은 지라 온전히 내용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도 나를 그런 것들에 더욱 집중하게 하였던 것 같다. 영화를 보니 역사적인 사실에 대해 관객들에게 설명할 때 판소리를 이용하더라. 영화의 뒤편에는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의 모습을 무용으로 묘사하는 장면도 있었다. 이걸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문장이 기억났다.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세상에 완벽하게 새로운(신선한) 소재는 없으니 똑같은 소재를 사용하더라도 보여주는 방식을 어떻게 달리할 것인지를 고민하라는 말이다. 풀어가는 방식이 신선하고 간결할수록 성공적인 다큐멘터리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어디 한두 개일까? 그럼에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포인트를 달리해서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내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다른 다큐멘터리를 본 것이 아니기에 내용적인 측면에 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유신의 추억 - 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의 표현적인 측면은 나름 신선해서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다.

 

 

  127일까지 영화제가 열려있다. 내가 본 작품 외에도 수많은 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여러분도 돌아다니기는 춥고(!) 뭔가 새로운 걸 느껴보고 싶다면 독립영화제에 가보는 걸 추천한다. 이번을 계기로 나도 영화제를 가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서울독립영화제'가 궁금하시다면 : www.sif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