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초 할아버지와의 통화는 늘 짧다. 20초.그 짧은 20초는 내 시간을 뺏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할아버지의 깊고도 무거운 사랑으로 가득하다. 더보기
#구체성 구체성 “30초 안에 소설을 잘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죠. ‘봄’에 대해 쓰고 싶다면 이번 봄에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지 말고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하세요. ‘사랑’에 대해 쓰지 말고 사랑할 때 연인과 함께 걸었던 길, 먹었던 음식, 봤던 영화에 대해 쓰세요. 감정은 절대로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전달되는 건 오직 우리가 형식적이라고 부를 만한 것뿐이에요. 이러한 사실을 이해한다면 앞으로는 봄에 시간을 내 특정한 꽃을 보러 다니고 애인과 함께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그 맛이 어땠는지, 그날의 날씨는 어땠는지를 기억하려 애쓰세요. 강의 끝.” 김연수, ≪우리가 보낸 순간≫(마음산책, 2010) 더보기
게릴라의 조건 - 게릴라는 쇼맨십이 아닙니다 아스팔트 사이에 빨간 꽃 한 송이가 심겨 있었다. 그 옆에는 라는 푯말도 같이 놓여있었다. 재미있는 시도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며칠 뒤, 똑같은 장소를 지나가는데 웬걸? 꽃이 파헤쳐져 있는 게 아닌가. 그 앙증맞음은 온데간데없고, 빨간 꽃과 내팽개쳐진 푯말은 도시의 미관을 해치는 쓰레기가 되어 있었다. 그걸 치우는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툴툴대며 한마디 했다. "이럴 거면 왜 하는 거야?" '게릴라 가드닝'은 영국에서 시작된 자연주의 운동이다. 도시의 환경을 더럽히는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에 꽃을 심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아무도 모르는 시간에 빠르게 치고 빠진다고 해서 '게릴라'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게릴라 가드닝 아이디어가 건너고 건너 대한민국의 구의동에까지 상륙하게 된 것이다... 더보기